Mar 27
subbyBooks
어렸을 때 바닥만 보고 걷지 말고
앞을 보고 걸으라고 어머니께 자주 꾸중을 들었었다.
지금도 습관처럼 보도블럭 색깔에 맞춰 걸으려고 총총 걸음 걸을 때도 있다.
빨간 블럭만 밟고 가려고 다리 뻗어서 흰 블럭을 뛰어넘는 건
다들 한번쯤은 해 본 경험 아닐까? ^^
나도 나름대로 바닥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하였으나
바닥에서 미학적 사회적 의미를 찾아내는 글들을 읽으면서
이제 바닥 탐구는 그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후~ ^^

정말 감동받았던 것은 동경의 보도블럭과 맨홀뚜껑이었다.
주택 살 적에 아버지를 도와서 보도블럭을 깐 적이 있는데
블럭 하나가 안 들어가는 모서리에 맞춰 블럭을 쪼개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쯤 보도블럭 하나에도 장인정인이 느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눈에 띄는 랜드마크나 기념비를 지으면서 수준 높은 디자인을 성취하는 일은 의외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자본이 투자되어 세워지는 건물들에는 평균 이상의 품질이 어렵지 않게 확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이 담기는 평범한 장소들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밑바닥부터 공감되어야 하고, 사소한 곳에도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자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142)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천경환 지음 | 갤리온 | 2007
Feb 08
mattyBooks 기사, 버스, 이해

평소 버스 타는걸 좋아하는 나는 사실
버스기사님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게 있었다.
괜히 혼날까봐 잽싸게 타고, 미리 벨을 누르고 문앞의 봉을 꼭 부여잡고 후다닥 내린다.
이런 나의 습관이 유럽 특히 영국에 갔을때도 어김없이 발휘되어
문이 열리기도 전에 발을 내밀어 창피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2층버스임에도 정류장에서 도착하여 문이 열렸을때
비로소 2층에서 내려온다.
말그대로 문화충격이었다.
왜 우린 그게 안될까…
버스기사님들이 나빠서 일까?
‘빨리빨리’ 라는 일명 한국인의 습성 때문일까?
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물음에 대한 정답이 바로…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에 있었다.
노선을 물을때 왜 버스기사님들이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하는지…
쾌속질주를 하며 정거장을 지나치는지…
제때 제때 내리지 못하면 구박을 받아야 하는지…
덥고, 추운데도 버스에 냉방과 난방을 작동시키지 않는지…
솔직하고 꾸밈없는 20년 버스기사 경력의 지은이의
이야기는 새해를 여는 1월 나에게 꽤 큰 깨달음을 주었다.
반감과 긴장된 맘으로 휙~ 하고 버스를 타는 나도
내일아침엔 그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일산-대곡로-수색-모래내-연세대-시청, 이렇게 써놓으면
사람들은 머리 속에 그 노선 지도가 그려진다.
그런데 동그라미 안에다 ‘이마트’, ‘연세대’ 이렇게 써놓으면 그게 어디서 어디로 가는 차인 줄 아나.
‘빨강’ 하고 둘째 자리 번호가 ’7′이면 일산이나 원당에서 오는 차인줄 안다고?
에라이 또라이들아. 그건 시에서 니들이 관리할 때나 써 먹어라.
시민들은 자기가 가는 차 번호를 외우지 그런 걸 외울리가 없다.
게다가 같은 번호 ’7′이라도 일산과 원당은 전혀 다른 곳이고
같은 ’6′지역이라도 인천과 시흥은 의정부와 임진각 같은 차이다.
빨강차는 R, 파랑차는 B는 또 뭔가.
왜 빨강차는 ㅃ 파랑차는 ㅍ 라고 해놓지. 미국 물을 먹었냐 영어 첫 글자를 써 놓게.
열 받은 어떤 네티즌은 G, R, Y, B 그 영어 첫 글자를 따서
‘지, 랄, 염, 병’ 으로 버스에다 그려놓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 개판 (page. 78)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글, 최호철 그림 | 보리 | 2008
Jan 13
subbyBooks
오랜만에 쓰는 독후감이다.
사실 독후감을 포함해서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이
재미있을 때도 있고, 좀 구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런 걸 내가 왜 굳이 적고 있을까 하는..)
다른 바쁜 일에 밀려서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칠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가끔 지난 글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이렇게라도 적어두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인생만화’를 보면서
좀 더 시간을 내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인데,
그 그림과 감칠맛 나는 글을 보고 있으면
내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자전거 타고 양재천을 달리는 여유 정도는 가져야겠다.

책을 덮고나니 눈에 들어오는 표지의 한자 제목.
人生漫畵가 아니라 人生萬花였다.
나는 출근길에 여기저기 눈이 머무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골목에서나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면 대상과 대화하게 되고 친해지고
사물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어, 결국은 사랑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무엇이든 천천히 그리면 다 그림이 되어 어떤 때는 내가
마이다스의 손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은 사물 자체가 원래 황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실 습관이어서
그리지 않고 있으면 언제 황금이었냐 싶게
그냥 사물로 돌아가버린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침에 골목을 나서면 이런저런 것들이 그려달라고
발목을 잡는다.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 행복한 천형 (p.129)
인생만화
박재동 글, 그림 | 열림원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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